식권계산기 - 프롤로그: 몇 장 내야되지?
계산은 식권으로 할게요 🙋♂️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혹시 종이 식권 사용해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근무한 회사에서는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종이 식권을 임직원들에게 매달 지급했습니다.

이런 모습의 종이 식권을 들고 1층 카페나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을 하곤 했습니다. 식권 가격이 4,500원이었고 1층 카페에서 파는 음료들은 2~3천원대, 내부 식당의 한 끼 식사는 4,500원, 외부 식당들은 6~8천원 정도 했었죠.
매일하는 잔돈 계산
그렇게 주문한 음식을 계산할 때는 대체로 계산기가 필요했습니다. 식권 한 장 값도 안되는 음료 한 잔을 시킨다면 계산기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동료의 음료를 같이 주문한다거나 밖에 나가 식사를 한다면, 잔돈계산이야 종업원분께 믿고 맡긴다지만 계산을 하는 최초의 순간에는 몇 장을 내야할지는 알아야했습니다.
주문한 금액이 21,000원이었다면 여기에 식권 가격인 4,500을 나누고 그 몫과 나머지를 바탕으로 내야할 식권의 수와 받을 잔돈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식이었습니다. 가령, 21000 ÷ 4500 을 했을 때 4.6666666666666667이 나오는데 이걸보고 단번에 식권 5장이 필요하고 잔돈 1,500원을 받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쉽게 떠오르지는 않았죠.
종업원분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래와 같이 식권 개수에 따른 금액을 인쇄해두고 계산에 활용하는 가게도 있었습니다.

앱을 만들자
음식값만 입력하면 내야할 식권 수와 받을 잔돈까지 계산해주는 앱이 있다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만약 회사에서 나서서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려한다면 전자식권을 도입하면 되겠지만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은 앱을 만들어서 불편함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프로토타입 first
먼저 주로 사용하던 Axure 툴을 가지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았습니다. 가격을 입력하는 즉시 필요한 식권 수와 잔돈을 계산해주도록 했어요. 이후에 식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차액을 계산해주는 기능까지 반영하여 '식권계산기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웹링크로 공유하여 주변 동료들에게 사용해보라고 나눠주었습니다. 스마트폰 홈화면에 웹페이지를 지정해두고 열정적으로 사용하는 동료도 있었고 그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공유해도 되냐고 묻는 동료도 있었어요. 뿌듯했습니다.
식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권의 개수를 내야하는 의무가 있었다면, 식권을 받아 잔액을 돌려주거나 차액을 요구하는 것은 종업원의 의무였기에 손님과 종업원 모두 필요한 앱이 될거라 생각했어요.
사라진 문제, 그래도 완성해야할 이유
앱을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개발 공부를 하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회사가 본사 이전을 하면서 전자식권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준 프로토타입 만으로도 기뻤다며 앱 만들기를 멈추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든 앱을 누군가 잘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삶에 기쁨이 될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필요로할테고 언젠가는 그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앱이 세상에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때 이런 문제들이 존재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저의 존재 증거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속 글을 통해 앱을 만들면서 배운 내용과 고민, 그 과정들을 남기고싶습니다.